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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크 & 키안 서브컬쳐 대담집 :  동시대 서브컬쳐 미술
    이슈와 동향에 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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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

​기획

・루크  /  이아름

미학을 공부하고 아도르노의 숭고 이론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술 비평, 기획, 출판 콜렉티브 옐로우 펜 클럽에서 활동한다.


・키안 

현대미술과 서브컬처에 관심이 많은 독립연구자. 2011년부터 서브컬처 비평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애니큐어'를 운영해오고 있다.

초판 인쇄 : 2022년 8월 26일 

글 : 루크, 키안

기획 : pie

편집 : akemi

표지 디자인 : 키안 

사운드 : RB

감수 : 루크, 키안

본 대담집은 구매 후 모든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페이지 : 24p

​가격 : 5000원 + 배송비 3500원

​구매문의 : https://open.kakao.com/o/snHTeFQe

목차

1. 서브컬쳐 비평을 하게 된 이유
2. 애니큐어나 YPC와 같은 곳은 어쩌다 만들게 되었는지
3. 서브컬처와 미술에 동시에 관심을 두게 된다는 건 상당히 드문 일. 어떻게 이렇게        되었나. 혹은 서브컬처와 미술의 경계에서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가
4. 서브컬처 비평 담론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것은 왜일까
5. 소위 여성향과 남성향 서브컬처계의 문화 차이와 이에 따른 비평의 태도, 방법론의      차이는 무엇이 있을까
6. 최근의 서브컬처 동향, 특히 컨텐츠 대신 커뮤니케이션(자캐커뮤, 브이튜버)이 성        행하는 상황에 대해
7. 요즘 관심있는 서브컬쳐계 이슈
8. 서브컬처 혹은 미술에서 본인이 취하는 방법론이나 관심사
9. 한국의 소위 오타쿠를 표방하는 전시들을 보면서 생각하는 점, 아쉬운 점
10. 서브컬처는 '씬' 인가? '서브컬쳐씬'이라는 언명에 대한 생각들
11. 서브컬쳐 비평을 일반인분들의 참여나 소통, 세미나를 운영하는 공통점이 있는데        취지와 느낀점
12.pie가 서브컬쳐 미술을 전속으로 다루며 지향하는 방향성이 있다면? 서브컬쳐/오        타쿠를 소재로 삼는 작가들에게 기대하는 바
13. 서브컬쳐 미술이란 장르가 가진 한계성이나 가능성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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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브컬쳐 비평을 하게 된 이유

 

키안

안녕하세요. 키안입니다. 현재는 서브컬처 비평 커뮤니티인 애니큐어의 지킴이로 있고, 개인 블로그를 통해 여러 서브컬처 리뷰들을 게재하고 있습니다. 변방에서 제 할 말만 하면서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이러한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쁘고 감개무량합니다. 오늘 이렇게 모인 것도 좋고, 또 앞으로도 좋은 기회로 이어진다면 좋겠습니다. 서브컬처 비평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 막상 질문당하니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서브컬처에 관심이 있었고, 비평에도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서브컬처+비평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밝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루크

안녕하세요, 루크 이아름입니다. 미학을 공부했고 미술계에서는 옐로우 펜 클럽이라는 콜렉티브의 일원으로서 비평문을 쓰다가 현재는 YPC SPACE라는 공간을 열어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전시 등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저는 저의 가장 근원적인 자아 중 하나가 후조시이자 오타쿠라고 생각해왔고 서브컬처에 늘 이입하고 가까이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pie나 애니큐어의 활동에도 계속 주목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감사하네요. 사실 저는 정격적인 서브컬처 비평을 어디 투고하지는 않았고 그때그때 본 작품의 평을 트위터에 흘려보내는 식으로 활동을 했는데요. 아무래도 저도 본래 비평을 쓰는 것에 관심이 있었고 특히 옐로우 펜 클럽을 시작하고 나서는 작품을 보면서 어떤 식으로 비평을 하고 글을 써야하는지에 대해 계속 의식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2. 애니큐어나 YPC와 같은 곳은 어쩌다 만들게 되었는지 

 

키안

애니큐어를 만들게 된 계기는 ‘서브컬처’에 대한 비평적 담론, 거창하게 갈 것도 없이 작품 리뷰나 감상 공유 등을 할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는 00년대 말에서 10년대 초였는데, 이미 있었다면 제가 그곳의 회원으로 활동했겠지만, 없었습니다. 스마트폰과 SNS가 유행하기 시작하여 새로운 웹 환경이 가진 차세대 공론장으로서의 가능성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서브컬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지만 기존의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것에서 트위터나 애니메이션 전문 사이트에 게시판 하나 정도 할당되는 등으로 바뀔 뿐이었습니다. 요는, 각자 자기 나름대로 서브컬처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모두 원자적으로 흩어져 있었습니다. 이렇게 흩어져 있는 사람들이 모일만한 장소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좀 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일단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루크

옐로우 펜 클럽은 대학원 친구들의 비평문 스터디 모임에서 시작됐습니다. 학과에서 배우는 것이 너무 이론에 치중해서 현장과 괴리되었다는 것과 기존의 정격적인 미술 비평문의 관행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조금 더 현장에서 본 것과 느낀 것에 집중하는 글쓰기를 해보자는 모임이었구요. 어느 정도 서로의 글을 이해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해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면서 이름을 짓고 콜렉티브로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출판, 전시, 기획 등 여러 분야로 활동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옐로우 펜 클럽은 세 명의 모임이지만 글을 올리며 미술 안팎으로 새로운 만남이 생기고 활동 영역이 확장되는 것이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그래서 이 콜렉티브나 저희가 만든 공간이 저희가 처음에 그랬듯이 같이 배우고 피드백하면서 여러 사람과 생각들이 오가는 허브나 네트워크의 기반이 되길 바랍니다.

 

키안

저는 온라인 공간에 지킴이로 있는 것이지만, YPC는 오프라인 활동이 주가 되는 만큼이나 새로운 만남이나 활동이 어떻게 확장해 나가는 지 궁금하네요. YPC 혹은 미술계의 소위 ‘콜렉티브’들은 어떤 식으로 활동을 확장해나가나요?

 

루크

저희는 아무래도 작가 콜렉티브도 큐레토리얼 콜렉티브도 아닌, 미술계에서는 다소 특이한 위치에 있는 콜렉티브다 보니 어떤 범례가 되기는 힘든 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희도 2018년까지는 온라인 활동을 중심으로 하다가 여러 이유로 글을 쓰기 힘들어져서 거의 정지했던 시기가 길었고 다른 방식을 시도한 것이 물리적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YPC는 특정한 테제를 내세운 조직이 아니라 그냥 세 친구의 모임에 이름을 붙인 거라 멤버적으로 변동이 일어날 일은 없어요. 대신 뒤에도 얘기할 거지만 저희가 서로를 필요로 했던 이유, 즉 서로 배우는 관계를 일종의 방법론으로 삼아서 이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만남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YPC가 같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모임으로 시작했던 것처럼 공간에서도 같이 글을 써보거나 관심이 갈만한 주제를 함께 이야기하면서 무언가 새로운 연결이나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른 미술 공간과는 다르게 굳이 공간의 1/3을 떼어 프로그램 룸을 만들어 사람들이 머물다 가게 하고 워크숍이나 프로그램을 계속 하는 것도 그런 것이야말로 저희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애니큐어는 확실하게 키안님이 총운영자라는 구심점의 역할을 하실텐데 운영이나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키안

확실히 어떤 공간을 지속하는데 있어서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애니큐어 역시 ‘서브컬처를 다룬다’는 것을 제하면 특별한 테제를 내세우고 있지는 않습니다. 운영방향이 있기는 하지만 그걸 ‘테제’(?)라는 이름으로 부를 만큼 대단한 것도 아닌 것 같고, 저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비평적 방향성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지향일 뿐입니다. 스스로 ‘지킴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데, 제가 이 공간의 운영주체라는 이유로 저와 다른 분들 간에 특별한 차등을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모임이 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의사결정에 있어서 작은 것들은 저 혼자 결정하는 것들이 많지만 조금 큰 문제일 경우에는 시민분들, 그러니까 회원분들의 의사를 물어봅니다. 그때그때 필요한 사안에 대하여 그때그때 활동하시는 분들의 의사를 묻고 투표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공간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구어간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애니큐어가 ‘커뮤니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수업이나 강연은 정해진 한 명에게 이목이 쏠리게 됩니다. 특정한 게재면은 글을 한 번 올리면 끝, 그 이후는 잘 없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커뮤니티는 ‘같이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반드시 정돈된 생각이나 글이 아니어도, 같이 생각에 뼈와 살을 붙여나갈 수 있습니다. YPC와는 많은 점이 다르지만, 그래도 ‘사람들’을 모이고 만나게 한다는 점에서는 같네요.

 

3. 서브컬처와 미술에 동시에 관심을 두게 된다는 건 상당히 드문 일. 어떻게 이렇게        되었나. 혹은 서브컬처와 미술의 경계에서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가.

키안

미술에 대한 관심은 원래부터 있었고, 어릴 때 제 꿈은 화가이기도 했는데(웃음), 어쩌다보니 이렇게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데, 만화(그림으로 된 서사매체)를 좋아한다. 영화(영상으로 된 서사매체)를 좋아한다. 그 두 개가 합쳐져 만화-영화(애니메이션)를 좋아한다는 식으로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로 관심을 가지는 지점도 만화-애니메이션-영화의 경계, 그리고 이른바 ‘대중문화’라고 일컬어지는 이것들을 ‘고급문화’인 미술과 접목시키는 시도에 주요한 흥미를 두게 되었습니다.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의 경계는 오래 전에 무너졌다라고 하지만, 대중문화 중에서도 비주류에 속하는 서브컬처와 고급문화에 속하는 미술, 중에서도 현대미술에 대한 경계는 반투명하게나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기회도 성사되는 것이 아닐까요.

 

루크

기본적으로 어린 시절부터 시각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만화를 그리는 동인 활동을 한 적도 있었고 이미지를 보고 읽어내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사실 제가 그림을 그린다는 얘기만 듣고 작업이나 전시를 제안받은 경험도 있는데 그 부분에서는 저는 제 작업은 ‘미술’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바가 있네요. 그래서인지 서브컬처와 미술의 경계에서 혹은 중첩되어 움직이는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구요. 굳이 나누어 나열하자면 첫째로는 서브컬처와 메인컬처의 구분이 어려워진 현재 상황에서 그것들이 중첩되거나 구별되는 지점이나 판단 기준 같은 것들에 흥미가 있습니다. 둘째로는 실제로 서브컬처의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작업을 하는 작가들, 작업들이 어떤 담론을 만들어내는지를 관찰해보고 언어화, 이론화 해보는 데도 관심이 있습니다.

 

키안 

아무래도 서브컬처나 미술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할 때, 직접 비주얼라이징 작업을 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가지는 편차는 크다고 봅니다. 해 본 사람이 확실히 더 비평도 구체적으로 잘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예전에 컨셉아트를 한다며 그림을 그린 적이 있는데, 컨셉아트를 전공한 분으로부터 “네 그림은 컨셉아트가 아니라 컨셉슈얼 아트(개념미술)다.”라는 얘기를 듣고서는, 그렇다면 여기서 말해지는 ‘컨셉’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네요. 그래서 “컨셉슈얼 컨셉아트”라는 아이디어에 도달하게 되었는데, 언젠가 이에 대해 이론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루크님께서는 어떤 담론들을 이론화-언어화 해보고 싶다고 느끼시나요?

 

루크

컨셉슈얼 컨셉아트라는 명명이 재미있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시각성이나 개념성을 구현하고 있는지 관심이 많이 갑니다. 나중에 꼭 결과물을 보고 싶습니다ㅎㅎ 비주얼라이징을 해보는 것이 비평 경험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동의하면서 또 한편으로 학문적, 비평적으로 너무 파고들다보면 작업을 하기 힘들다는 생각도 드네요. 최근 관심있는 주제는 ‘미소녀’라는 도상에 대해서인데요. 서브컬처 미술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도상이기도 하고, 오타쿠의 상징이자 핵심으로 봐도 무방하겠지요. 미소녀는 일차적으로 성적인 페티쉬의 조합이자 여성의 입장에서는 대상화의 극단에 있는 도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오타쿠 문화가 축적되며 이것에 여러 시간성, 공간성, 젠더 이데올로기 등등이 누적되고 여러가지 확장된 상징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상징이 가지는 복잡성을 언어화하고 미술 현장에서 미소녀 도상이 재생산되는 이유와 가능성을 담론화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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