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칠의 개인전 ≪Soul Dimension≫은 서브컬처 이미지와 문법을 경유하여 새로운 세계의 존재 방식을 상상한다. 신체의 구속에서 벗어난 영혼의 차원을 꿈꾸는 이십칠은 자신의 작업을 ‘세카이계(セカイ系)’적인 실천으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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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당해야 했을 때, 약자로 대상화되는 몸을 다르게 읽고자 했을 때, 규범과는 다른 방향의 사랑을 하고자 했을 때, 이미 설정된 위계와 경계는 계속해서 그를 괴롭혔다. 그렇다면 세계는 안식처가 아니라 나를 옥죄는 구속이다. 그 규율은 너무나도 견고해서 세계 안에서 하나의 존재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이미 규정된 범주 속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어야 한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를 부정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견뎌오는 가운데 이십칠은 세계의 기반이 손쉽게 무너지는 ‘세카이계’의 풍경에 매료되었다. 따라서 그의 ‘세카이계’는 소실되는 일상에 대한 상실감이 아닌, 파괴 이후 새로이 만들어질 세계에 대한 기대감으로 구축된다.